연가, 춘장대 1
외 2편
정하선
둘이 걷던 해변의 한산지백사장에
고운 이름 하나 수놓고 옵니다
동백꽃 주어다 치장할까 하다가
조개껍질 일곱 개 주어놓고 옵니다
해변에 솔바람 나대신 노래해 주라고
동백꽃 해마다 나대신 피어주라고
저녁놀 비단이불 나대신 덮어주라고
마음속에 가만히 두 손 모우며 옵니다
연가, 춘장대 2
정하선
바닷물과 백사장이
서로의 입속 깊숙이
혀 넣고 애무하는 여인
춘장대
동백이 핀다, 동백정.
내 블로그 문을 열고
해초 내음 연초록 풍기며
버선발 들여놓던 여인
춘장대
동백이 핀다, 동백정.
서천 어딘가 산다면서
작은 섬처럼 속삭이던
백합조개 같던 여인
춘장대
동백이 핀다, 동백정.
연가, 춘장대 3
정하선
마음이 헝클어져 가닥 못 추릴 일 있을 때
춘장대 바닷바람에 머릿결 한 번 날려보세요
한산지처럼 결 고운 백사장에 파도소리 수놓는
품격 고운 여인 같은 솔향기가 배어나오는 해변과
나란히 누워 별 헤다 잠이 들어 보세요
첫사랑 여인의 웃음 같은 물이랑마다
여름 소나기 불러 한 줄금 맑은 빗방울로
쭈꾸미 씨를 뿌리고
달밤에 물비늘로 은빛 전어의 옷을 해 입히는
가을엔 자락자락 노을 곱게 개켜두었다가
겨우내 동심의 가위로 잘라 천만송이
동백을 접어접어 서천의 봄을 만드는
맑은 영혼들을 만나보세요
물렁물렁했거나 흐물흐물해진 시간들이 씻겨나가고
젖어있던 마음이 보송보송해진 자리
백합조개처럼 단단해진 날들을
캐어 가실 수 있을 겁니다, 흡족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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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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